겨울만 되면 무기력해져요 이런 사람들 특징은
겨울만 되면 무기력해져요 이런 사람들 특징은
계절이 바뀌면 정신과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도 달라진다.
쌀쌀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한파가 밀려오는 겨울에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몸이 무겁고 축축 늘어진다”
“무기력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맘때즘엔 방송과 신문도 ‘계절성 우울증’에 대한 기사를 자주 다룬다.
그런데 정확한 진단 명칭은 ‘계절성정동장애’다.
스트레스 사건 없이 특정 계절마다 우울 증상이 2년 연속 나타났다가 그 계절이 끝날 때 증상이 사라지면 이 질환을 의심한다.
우울한 기분보다 활기가 저하되는 게 더 흔한 증상이다.
기운 없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일과 공부 의욕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니 기분이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생각이 느려지고 말수가 준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서 평소에 쉽게 하던 일인데도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태에서 해야하는 일까지 많다면 불안과 초조가 겹친다.
짜증과 불쾌감이 늘어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나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불쑥 불쑥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잠이 늘어난다. 밤에 많이 잤는데 낮에 또 졸린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도 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긴 시간을 잤는데도 아침에 기상하기 힘들다.
더 자고 싶다고 느낀다. 식욕도 는다. 특히 탄수화물이 땅긴다. 몸이 무거워서 안 움직이게 되는데 많이 먹게 되니 살이 찐다.
전형적인 우울증은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빠지지만, 계절성정동장애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일조량이 줄어서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생성과 활성이 저하되는 게 원인이라고 알려졌다.
겨울에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는 것이 인체의 생체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이 질환이 생긴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계절성정동장애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져있지 않다.
감정이 요동치는 게 일조량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만 되면 울적해진다는 사람을 상담해 보면 현재에 집중하기보다 과거의 상념에 젖어 있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데 주의를 빼앗기는 경향이 컸다.
성취 열망이 과도한 사람은 연말이 될수록 초조함이 심해졌다.
‘한 해 동안 제대로 이룬 게 하나도 없어’라며 후회에 빠지고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것 같아’라고 걱정하니 우울해졌던 것이다.
겨울마다 재발하는 계절성정동장애 환자라면 항우울제를 가을부터 미리 복용하면 좋다.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 SSRI가 주로 사용된다.
도파민의 활성도를 높이는 부프로피온(bupropion)도 공인된 계절성정동장애 치료 약제 중 하나다.
그 밖에 다른 기전의 항우울제도 계절성정동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
약물 선택에서 중요한 건 환자마다 잘 듣는 약이 따로 있으므로, 그걸 찾아서 복용하는 것이다.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짜증과 과민함, 기분이 들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증 치료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런 경우 항우울제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계절성정동장애 증상을 겪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울증이 일차 질환인 사례가 흔해 주의해야 한다.
애석하게도 계절성정동장애의 재발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특효약은 아직 없다.
특정 계절이 되면 스트레스 사건이 없는데도 증상이 재발하는 우울증, 조울증 환자가 드물지 않다.
심지어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약도 잘 챙겨먹고 자기 관리를 열심히 했는데도 가을, 겨울만 되면 우울증과 조울증이 재발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재발을 막을 수 없다며 낙담한다. 나아지려는 의지마저 잃어버리는 환자도 있다. 이런 사례에서는 심리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스스로 관리해서 나아질 수 있는 증상과 완벽하지 않더라도 약물로 치료되는 증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의학적 치료의 한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치료가 잘 안되는 계절성정동장애 환자나 겨울만 되면 재발하는 우울증, 조울증 환자들에게 나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낙담하지 마세요. 지금은 괴롭겠지만 이 계절이 지나가면 증상은 반드시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