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해서 쇼핑 많이 하는 걸까?
마음이 허해서 쇼핑 많이 하는 걸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일까, 괜히 기분이 울적해지고 마음이 허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면 허함을 채우려 자극적인 음식을 폭식하거나, 생각지도 않던 쇼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득 쌓인 택배 박스를 뜯어보는 일명 ‘언박싱(unboxing)’ 콘텐츠 속 몇몇 유튜버들은
“마음이 허한 지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사버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허한 마음, 정말 쇼핑으로 채울 수 있을까?
쇼핑, 허한 마음에 대한 일종의 보상
마음이 허해서 쇼핑을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서적 허전함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허하다는 건 복합적인 말이지만, 보통 기분이 울적하거나 적절한 보상 자극이 없다는 생각 등에서 비롯되곤 한다.
이때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한다는 실용적인 가치를 넘어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정서적·쾌락적 기능을 한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현대인들은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에서 즐겁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누리려고 한다”며
“마음이 허할 때 보상을 주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행위를 찾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역시 “허한 마음이 들 땐 친구를 만나거나, 무언가를 먹거나,
소비하는 등 허전함을 채우려는 행동을 한다”며 “그럼 허한 마음에 보상이 주어지면서 마음을 메꾸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억제력 상실되면 ‘쇼핑중독’ 위험도
다만, 즐거움을 주는 쇼핑이라도 적정선을 넘어버리면 문제가 된다.
실제로 외로움이나 애정결핍, 공허함 등의 감정을 쇼핑으로 치유하다 ‘쇼핑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쇼핑중독은 강박적구매장애로 폭식증, 음주 등과 함께 충동조절장애에 속하는 질환이다.
만약 불필요한 물건도 구매하고 사놓고 뜯지도 않은 물건이 많고 빚을 지면서 쇼핑하고 물건보다 사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고
과소비에 죄책감을 갖지만 쇼핑을 끊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쇼핑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쇼핑중독은 충동과 감정 조절에 관련되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보는 순간 기분이 확 좋아진다거나 허전함을 채우는 듯한 욕구가 급격히 생기는 물건에 대해서는 억제력이 상실돼 충동구매를 하는 경향이 커진다.
곽금주 교수는 “이때는 재정적인 부분 등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충동적인 구매는 순간적인 만족을 줄 순 있지만, 이후 오히려 후회가 따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 환경과 심리적 요인도 쇼핑중독의 주원인이다.
실제로 쇼핑중독 환자 중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을 쇼핑이라는 행위로 해소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쇼핑중독은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잘 나타난다.
곽금주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물건을 살 때 ‘난 이런 걸 구입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여겨 소비를 지속할 수 있다.
만족 짧은 쇼핑보다 성취감 오래가는 활동으로 대체해야
따라서 쇼핑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것 같다면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한 마음 때문이라면, 쇼핑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은 단편적이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쇼핑을 아무리 많이 한들 허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을 수 있단 뜻이다.
대신 다른 활동으로 허한 마음의 돌파구를 찾으면 된다.
한규만 교수는 “보상반응이 즉각적이고 짧은 시간 강렬하게 오는 쇼핑보다는,
성취감·만족감이 오래 지속되는 활동을 늘려가는 게 근본적인 치료다”고 말했다.
운동이나 봉사활동, 악기 연주 혹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것 등 작은 성취라도 좋다.
특히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운동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주의를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이미 심각한 쇼핑중독 단계에 들어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의들이 제시하는 여러 행동 요법이 있다.
우선 온라인 쇼핑몰 구독을 취소하고 홈쇼핑 채널을 적게 보는 등 쇼핑 유혹으로부터 원체 거리를 둔다.
쇼핑 전 구매 체크리스트·쇼핑 후 지출 내역을 작성하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그럼에도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면 충동 자체를 조절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한규만 교수는 “충동은 어느 정도까지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그래프를 많이 그리기 때문에 정점만 잘 넘긴다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 충동이 느껴질 때는 산책이나 운동, 친구 만나기, 명상 등 건강한 활동으로 충동을 전환하면 좋다.
여러 노력에도 쇼핑 중독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우울제 등의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