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결정제도 무시하는 병원들의 DNR 사용

연명의료 결정제도 무시하는 병원들의 DNR 사용
연명의료 결정제도 무시하는 병원들의 DNR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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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이 도입되면서 법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 지 어느덧 시간이 흘렀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DNR(심폐소생술 불원서)’이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법이 보장하는 공식적 절차가 있음에도 병원들이 여전히 DNR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DNR의 현실과 법적 한계
DNR, 즉 ‘Do Not Resuscitate’는 환자가 응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동의 문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DNR이 병원마다 자체적으로 작성되는 임의 서식이라는 점입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작성 기준이 병원마다 다르다 보니, 통일성이 부족하고 환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하고
환자가 사전에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많은 의료기관에서 여전히 법적으로 보호받는 연명의료계획서 대신 DNR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의료계 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보니 DNR 사용을 피하기 어렵다”며 현실의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실효성 문제
의료 현장에서 DNR이 여전히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실제 적용 가능 범위가 좁기 때문입니다.
해당 법은 연명치료 중단 시기를 ‘말기’가 아닌 ‘임종 과정’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말기’는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상태이며, ‘임종 과정’은 사망이 임박한 순간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임종 과정을 판단하는 일이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질환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대 여명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이 없을 경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위해 직계 가족 모두의 동의를 요구하는 현행법 또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연명의료결정 자체가 불가한 사례도 많아 요양병원 등에서는 입원 조건으로 아예 DNR을 요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보호자가 결정하는 DNR, 침해받는 자기결정권
DNR 작성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보호자가 대신 서명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전문가는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순간, 법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병원 입장에서 DNR을 선택지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환자가 아닌 보호자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DNR의 효력에 있습니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문서다 보니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갈 때 혼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9 구급대원들이 DNR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해 환자의 원치 않는 심폐소생술이 시행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