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절로 술이 만들어지는 병 ‘자동양조증후군’ 아세요?

몸에서 절로 술이 만들어지는 병 ‘자동양조증후군’ 아세요?

몸에서 절로 술이 만들어지는 병 ‘자동양조증후군’ 아세요?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 사람들은 보통 생채소를 찾는다.

어느 휴일, 심드렁히 TV 채널을 돌리다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이라는 희귀병 환자 사연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이 병에 걸리면 알코올 섭취 없이 혈중알코올농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

쉽게 말해서 회식 자리에서 술은 입에도 안 대고 밥만 먹었는데, 음주단속에 걸리고 만다는 얘기다.

당사자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억울할지 안쓰러움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병이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미생물 공부를 업으로 하다 보니 장내미생물 생태계에 모종의 이상이 왔을 거라고 직감했고,

즉시 문헌 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오래전에 의학계에 알려진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46년 4월 26일,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소재 한 병원에 다섯 살 남자아이가 입원했다.

손으로도 만져지는 뱃속 종양 검사 및 치료를 받기 위함이었다. 아이는 입원 당일 밤부터 복통을 호소했고, 이튿날 아침에는 배가 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상태가 계속 악화하여 의식까지 희미해지자 의료진은 서둘러 개복 수술을 시도했다.

아이의 복강은 심하게 팽창한 상태였고, 위장에는 찢어진 상처까지 있었다. 환부를 봉합하려고 위에 손을 대자 다량의 액체와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복부 종양의 정체는 길게 늘어난 창자간막에 싸인 지라(비장)로 밝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참고로 창자간막은 내장 기관을 싸고 있는 복막 일부로 창자와 등 쪽을 연결한다.

몸에서 절로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복막과 위 내용물에서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아파하는 아이가 가여운 나머지 혹시 보호자가 민간요법으로 알코올성 음료 따위를 주었는지 우선 확인했으나 전혀 아니었다.

의료진은 위장 파열의 원인으로 아이 엄마가 가져온 고구마를 의심했다.

말하자면, 저녁으로 먹은 고구마가 발효되면서 나온 가스가 위를 파열시킬 정도로 큰 압력을 생성했다고 추정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임상 소견이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유럽인 기준으로 그 시절 아프리카 어린이의 식사량은 실로 엄청났다.

먹거리가 풍족했다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식량이 부족해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서 위가 만성적으로 늘어나 위벽이 얇아져 그만큼 파열에 취약하다는 게 의료진의 합리적 추론이었고,

이 가여운 어린 환자의 임상 기록은 1948년 4월호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아프리카 어린이 위장 파열’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논문 저자들은 몰랐겠지만, 자동양조증후군 환자를 처음으로 공식 보고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자동양조증후군은 몸 안에서 저절로 술이 만들어지는 질병이다.

이 희귀 질환자는 숙취로 늘 고생하는 데다가 술에 절어 사는 생각 없는 사람으로 억울한 오해와 불이익을 받기 일쑤다.

주된 발병 원인은 장내미생물 생태계 교란으로 급증한 효모가 창자에서 알코올 발효를 과도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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