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운전자 50만 명으로 추정 운전면허 관리에는 구멍
치매 운전자 50만 명으로 추정 운전면허 관리에는 구멍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깨비시장 차량 돌진 사고의 운전자가 치매를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치매 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를 피할 방법이 많고, 설사 검사를 받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매 검사는 운전 능력 평과와는 연관성이 적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치매 운전자’ 50만 명 추정
국내 치매 환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약 10%다. 2023년 기준 운전면허 소지자는 3443만6680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는 474만 7426명이다. 치매 유병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약 50만명의 치매 환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도 주의력 및 집중력 저하, 판단 지연 등으로 운전 능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운전자의 추돌 사고 위험성은 건강한 고령 운전자에 비해 2.5~4.7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치매 환자들 대부분은 길을 잃는 것으로 처음 증상을 자각하게 된다”며
“초기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방향 감각을 상실하거나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등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운전 가능 여부 알기까지 통상 10개월 소요
이러한 이유로 치매는 현행 도로교통법 상 중증도와 무관하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다.
병·의원에서 치매를 진단받으면 경찰청으로 통보되고 경찰청은 한국도로교통공단으로 다시 통보해 환자로 하여금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를 받도록 안내한다.
수시 적성검사는 일반 적성검사와 달리 운전에 지장을 주는 신체적 장애를 평가하는 검사다.
그러나 치매 환자가 수시 적성검사를 받은 뒤 면허가 제한되는 과정에는 사각지대가 많다.
가장 먼저 치매 진단 사실이 경찰청에 통보되려면 환자나 보호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해 등급을 부여받아야 한다.
즉, 치매 환자라 하더라도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지 않으면 수시 적성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치매 환자의 30% 가량은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치매로 장기요양보험 대상이 된 환자(65세 이상)는 60만 377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92만3003명이었다. 32만명 가량이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수시 적성검사 이후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치매 환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려면 전문의의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도로교통공단은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치매 운전자에게 3개월 내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동시에 전문가들이 포함된
‘운전 적성 판정 위원회’를 열고 환자의 운전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통상 10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환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운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