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꼴보기 싫고 이혼하고 싶어요 어쩌면 갱년기 우울증일 수도
남편이 꼴보기 싫고 이혼하고 싶어요 어쩌면 갱년기 우울증일 수도
대개 40대 중후반부터 50대 중반 사이 여성 호르몬이 저하되면서 완경에 이른다.
이 시기 여성은 그 전 연령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갱년기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25~35%에 이른다.
갱년기에 호르몬이 요동치면 신체가 반응한다.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고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주르룩 흐른다. 불면에 시달린다.
건강검진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쪼여드는 것 같고, 온몸 여기 저기가 아프다.
감정도 요동친다. 우울해지고, 쉽게 짜증이 나고, 기분 변동이 심해진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 당황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의 농도와 활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폐경 전후로 부부, 가족 갈등에 시달리거나 경제적인 어려움과 질병으로 스트레스가 있으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우울증을 앓은 적 있는 여성은 갱년기에 재발할 위험이 크다. 흡연, 음주, 운동 부족과 같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도 갱년기 우울증의 위험 요소다.
가족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커지는 것도 갱년기 우울증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갱년기 우울증을 앓던 기혼 여성이 불쑥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무슨 이유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당장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남편이 꼴보기 싫고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라고 했다.
비슷한 또래 기혼 여성이 “내 결혼은 100% 행복했어요, 남편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할 리는 거의 없지만,
수십년 부부로 그럭저럭 살다가 뜬금없이 남편이 미워지고, 얼굴을 보지 않고 따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것이다.
갱년기 우울증에 시달리면 생각도 부정적으로 바뀐다. 과거의 상처가 아무런 이유 없이 불쑥 떠올라 슬픔에 빠진다.
이루지 못 했던 꿈, 잘못된 선택이 자신의 삶을 망쳤다는 생각에 이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이때 배우자에 대한 미움이 커지기도 하는데, 남편이 자신에게 안겨준 상처와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원망이 켜켜이 쌓여서 우울증을 일으킨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울증 진단을 충족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호르몬 변화가 일차적인 원인이므로 약물로 다스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성호르몬제도 도움이 되지만,
항우울제가 갱년기 우울증상에는 효과가 더 크다. 열감, 홍조와 같은 신체 증상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호전된다.
행동습관과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도 갱년기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
우울하고 무기력하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은 악화된다. 운동을 꾸준히 한 여성은 갱년기가 되었을 때 우울증에 덜 걸린다.
평소 운동하지 않았더라도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 팔다리를 휘두르며
공원을 힘차게 걷고, 땀이 날 정도로 계단을 오르면 더 좋다. ‘우울한데 운동을 어떻게 해!’하는 생각과
함께 거부감이 들겠지만 억지로라도 움직이면 ‘몸을 썼더니 개운하고 기분이 좋네’라고 느끼게 된다.
갱년기 증상으로 얼굴이 빨개져도 ‘혈색이 좋아졌네’라고 바꿔 생각해 보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아, 밤새 괴로울 것 같아.
내일 하루 종일 피곤하고 힘들겠지’라고 반응하지 말고 소리 좋은 헤드폰을 귀에 덮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나는 지금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자. 불쑥 불쑥 땀이 난다고
“화장 지워져서 괴로워!”라고 할게 아니라 ‘이참에 운동이나 더 열심히 하지 뭐’라고 마음을 바꿔 먹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