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흡연 폐해 전문적인 마약 예방 교육 절실
음주 흡연 폐해 전문적인 마약 예방 교육 절실
마약사범 10명 중 6명은 20~30대 청년이다.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적발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적발된 마약사범 3명 중 2명(64.9%)은 30대 이하다. 마약류 범죄의 ‘저연령화’ 현상은 아주 뚜렷하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집단 투약하거나 회원들끼리 사고파는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충격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족했던 마약류 예방 교육의 결과가 하나 둘씩 터지고 있는 것이라 입을 모은다.
또 지금이라도 예방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술·담배에 밀려 등한시된 ‘마약’ 예방 교육
단속·처벌 위주의 마약 정책은 전세계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마약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강경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2010년, 4만 명 미만이었던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수는 2021년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졌다고 논평하며 마약 정책의 방향을 바꿀 때가 왔다고 제안한 바 있다.
마약류 예방 정책은 처벌만이 아니라 치료·재활과 예방 교육이 함께 가동돼야 효과가 있다.
국내 마약류 예방 교육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초중고등학교 안에서는 기존 흡연·음주 예방 교육과 신종 온라인 도박,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등에 밀렸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권익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마약류 예방 교육을 경험한 비율은 43.2%로, 음주 61.0%, 흡연 86.9%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마저도 교육 횟수, 인원, 시간, 강사, 내용 등 기본적인 사항에 관한 규정이 없던 탓에 실효성 역시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세명대 경찰학과 박성수 교수는 “학교가 마약류 예방 교육만 콕 집어서 진행해야 했던 게 아니라 약물 및 사이버 중독 예방 교육을 1년에 수 시간 진행하면 됐던 것”이라며
“학교 입장에서는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에 관심이 많으니 마약류 예방 교육은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몰랐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6만8000여명에 달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더 열악한 수준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가 2022년 실시한 마약류 예방 교육은 단 7회, 참여 청소년은 48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대안 교육기관 193곳 중 23곳(11.9%)만 마약류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지원센터는 예방 교육을 기초 소양 교육에 포함시키고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자율적으로 결정해 실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뒤늦게 확대하지만… 인력·교재 없어 난항
청소년 마약류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마약류 예방 교육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관련법을 개정해 초등학교 5시간, 중학교 6시간, 고등학교에서는 7시간 이상 마약류 예방 교육을 진행하게 했다.
기존 2억 6100만원이었던 예방 교육 예산을 올해 47억원으로 확충하고 매년 유해 약물 오남용 실태 조사도 시행한다.
그러나 인력과 교육 프로그램 등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마약류 예방 교육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소속 강사들이 맡는다.
학교·기관 등에서 신청할 경우 강사를 파견해 1회당 40~50분 강의하는 형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전문 강사는 1320명. 지난해(664명) 대비 두 배 가량 늘었지만 전국 530만명의 초중고교생을 전부 교육하기란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국내 상황에 맞는 강사용 표준 교재와 강사 인증 제도도 없어 교육의 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