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셀럽 되는 날 한국에는 왜 없을까?
과학자가 셀럽 되는 날 한국에는 왜 없을까?
미국에는 과학자가 스타가 되는 날이 있다
지난 5일 현지시각 실리콘밸리에서 과학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패리스 힐튼, 드류 배리모어, 재시카 채스테인, 릴리 콜린스 등 내로라하는 셀럽들이 마치 오스카상 시상식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등장해 레드 카펫을 밟고, 포토 타임을 가졌다
다만 이날만큼은 배우보다 과학자가 셀럽이다
방송국에서 생중계하고, 할리우드 배우가 과학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셀럽이 참여하는 과학·의료 분야 시상식은 물론 행사도 전무하고, 시상식은 미디어에 짧게 노출되거나 내부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중이 알 만큼 유명한 의·과학자 자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는 왜 이런 행사가 없을까?
민간이 과학상에 투자하는 전통 없어
브레이크스루상의 독특한 점은 셀럽이 참여하는 연례행사라는 점뿐만이 아니다
상금이 한 수상당 300만 달러 43억 9800만원다
노벨상 약 14억 원보다도 많다
억만장자들이 힘을 합쳐 설립한 상이기 때문이다
구글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참업자, 페이스북 메타 마크 주커버그 CEO, DST글로벌 유리 밀너 설립자 등이 후원·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수여하는 주요 과학상으로는 대한민국과학기술훈장,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한국과학상·젊은과학자상, 호암상 과학 부문, 이휘소상, 아산의학상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상금이 많은 게 3억 정도로, 브레이크스루상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상금이 커지려면 민간 주도 상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기본적으로 부를 이룬 사람이 과학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거나 후원하는 전통이 없다
대다수 정부, 기관, 학회 등 국가 주도형으로 수상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나열한 상 중 호암상과 아산의학상을 제외한 네 가지 모두, 국가 주도형 상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류충민 센터장은 기업이나 개인이 시상하는 과학상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상하는데, 이름을 버리고 연합해 큰 과학상을 만들려는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고 했다
과학자들 “국내 과학상 시스템? 생각해 본 적 없어”
취재를 해보니 과학자들 자체가 상에 무감각한 편이었다
과학 대중화에 노력하는 과학자들 여덟 명을 대상으로 브레이크스루상 같은 민간 주도상의 필요성과 앞으로 생길 가능성을 물었다
세 명은 생각해 본 적 없다, 관심 없다라고 답했다
딱 한 명에게서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류충민 센터장은 국내에도 브레이크스루상처럼 혁신적인 발견이나 기초과학에서 결과를 낸 과학자에게 큰 상금과 함께 상을 수여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과학자들이 소극적으로 답한 가장 큰 이유는 상을 말하기 불편한 문화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은 잘한 점을 칭찬하는 수상보다, 그간 열심히했다는 보상 개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