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겠습니다 죽음 두려워도 터놓고 이야기 해야
잘 죽겠습니다 죽음 두려워도 터놓고 이야기 해야
곧 70세 최고 기록을 낸 시니어 프로 골퍼 들의 공통점은?
서울 강남구 강남힐링센터에서 웰다잉 특강이 열렸던 지난 달 27일은 낮 기온이 갑작스럽게 뚝 떨어진 날이었다.
15명 남짓 수강생들의 옷차림은 제법 두터웠다.
강사는 요즘 날이 추워져 요양병원에서 많이들 돌아가신다며 아프게 죽지 않으려면 따듯하게 입어야 한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특강엔 60대 이상 구민들만 참여할 수 있다. 백발의 노인도 있었다.
언뜻 들으면 불쾌할 법한 얘기인데도 수강생들은 웃고 있었다.
강의하려고 ‘죽음’ 말했다 쫓겨나기도
웰다잉이란 말 그대로 잘 죽는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죽음은 말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번 특강을 맡은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은 과거 경로당에서 죽음 얘기를 꺼냈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도 1년에 한 두 번씩은 어떤 강의인지 모르고 참여했다가 화를 내면서 나가는 어르신들이 있어요.
죽음이 두렵고 불편한 주제니까. 그래도 확실히 과거에 비해선 나아졌죠.
최근에는 말기 암 환자나 보호자들이 뭘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셔서 강의를 들으시기도 해요.”
특강에서 주요 과제는 ‘해피엔딩노트’ 작성이었다.
작은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는 노트에는 웰다잉 선언문, 인생 그래프, 유언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호스피스 이용 의향서 등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실천 사항들을 작성하며 삶을 어떻게 마칠지 계획하는 것이다.
한 수강생이 다 작성하면 어디에 쓰냐고 물었다.
강 소장은 맨 앞장에 적은 대로, 마지막을 지킬만한 사람에게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떤 어머니께서 다 쓰신 다음에 따님한테 노트를 주셨는데 따님이 이걸 보고서 눈물을 흘렸대요.
보니까 우리 엄마가 이렇게 살았구나,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합니다.
또 엄마한테 장례식이랑 연명의료 같은 걸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기 좀 껄끄러웠대요.
그런데 먼저 정리해서 주니까 굉장히 큰 선물이 됐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날 특강은 4주차의 마지막 차수였다. 보통 웰다잉 강의는 6~8주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짧은 편에 속한다.
입관체험이나 영정사진 촬영 등의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래도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강 소장이 소감을 묻자 “죽음이 두려웠는데 터놓고 얘기하다 보니 한결 가벼워졌다”, “연명의료에 대해 딸한테 어떻게 얘기할지 정리할 수 있었다”,
“살아왔던 시간 말고 남은 시간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받았다” 등의 대답들이 이어졌다.
평생을 간호사로 살아온 공옥희(73세)씨는 이번이 3번째 웰다잉 교육이라고 말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얼마나 두려울까 이런 생각은 많이 했죠.
그런데 입관체험을 한 뒤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관에 들어가 부모님도 이렇게 가셨겠구나 생각하니 편안해지더라고요.
죽음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생명의 소멸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건 내가 공부해야 된다는 걸 되새기려고 교육에 계속 참여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지금은 아침에 눈 떠서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아요.”
웰다잉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잘 사는 데에 있다. 죽음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남은 하루를 소중하게 살 수 있고,
이러한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 좋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강 소장은 특강 내내 수강생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참 잘 살아왔다.
애썼다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고 위로해야 잘 사는 거예요.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