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에도 오뚜기밥에도 질소가 들었다, 왜?
햇반에도 오뚜기밥에도 질소가 들었다, 왜?
연전에 첨가물 논쟁이 즉석밥 시장을 흔들었다.
CJ제일제당이 과점하고, 오뚜기가 거드는 즉석밥 시장에 하림이 뛰어들면서다.
하림은 자기네 즉석밥은 100% 쌀과 물로만 만든다고 마케팅했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그럼 쌀과 물 아니고 뭘로 밥을 만드는데? 포장이 알려준다.
햇반(CJ제일제당)에는 미강추출물이, 오뚜기밥(오뚜기)에는 산도조절제가 들었다.
더미식밥(하림)엔 정말 쌀, 물 외엔 들어간 게 없을까? 궁금해 사봤더니 포장에 ‘질소 충전 제품’이라 쓰였다.
다른 건 버려도 ‘질소 첨가물’은 못 버린다. 햇반에도, 오뚜기밥에도 질소가 들었다, 왜?
콩의 질소고정에서 스타벅스의 니트로 커피까지
‘질소고정’이란 말이 있다. 하고많은 식물 중에 콩의 생존 방식을 콕 집어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콩의 뿌리엔 혹처럼 생긴 세균이 공생하는데, 그 이름이 뿌리혹박테리아다. 뿌리혹박테리아가 하는 일이 질소고정이다.
대기 중에 흔한 질소(78%) 중 일부를 빼앗아 와 콩에 준다. 콩이 식물 중에 이례적으로 단백질 식품일 수 있는 이유다.
질소가 없으면 아미노산도, 단백질도 없다.
그런데 대기 중의 질소를 빼앗아 오는 일이 얼마나 희귀한지는 ‘탄소고정’이란 말이 일상에서 잊힌 걸 보면 안다.
초록 식물이면 죄다 하는 광합성이 대기의 탄소를 끌어다 탄수화물을 만드는 일이지만 그걸 보고 탄소고정이라 하진 않는다(학술용어이긴 하다).
질소고정이 어려운 건 질소가 주위의 다른 원소들과 반응하는 일이 좀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정적이란 얘기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식품 포장에 질소를 채워 넣으면 산화도 더디고, 내용물이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햇반에도, 오뚜기밥에도, 더미식밥에도, 새우깡에도, 포카칩에도 죄다 질소를 충전한다.
질소가 안정적인 건, 질소 분자의 결합이 워낙 강해서다
딱 붙은 분자를 끊어내야, 자유로워진 질소 원자들이 다른 원소와 합종연횡하며 다른 화합물이 될 수 있는데 그게 힘들다.
그러나 물론 사람들은 난관을 뚫었고, 그렇게 얻어진 질소 화합물을 활용해 질소비료를,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다.
혈관을 넓혀 협심증을 억제하는 약제를 만드는데도 질소 화합물이 쓰인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식품 카테고리에서 질소는 ‘보조’에 머문다.
가장 흔한 쓰임이 과자 봉지나 즉석밥 ‘충전’이니까. 사실은 질소를 ‘맛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시도는 다양했다.
작년 초만 해도 미국 음료 회사 펩시코가 청량음료의 새 역사를 쓰겠다면서 ‘니트로 펩시’를 내놨다.
톡 쏘는 탄산을 빼고, 부드러운 질감의 질소를 넣은 콜라다.
그 전엔 스타벅스가 ‘니트로 콜드브루’를 출시했다. 질소가 영어로 ‘니트로젠’이다.
식품회사들은 그렇게 신제품 ‘질소 음료’을 내놓을 때마다 ‘열풍’과 ‘성공’을 얘기하지만 그게 과연 그 정도인진 모르겠다.
원자번호 7번 무색무취의 질소는, 펩시와 스타벅스가 원하는 것처럼 맛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