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잔술 판매 시작 개봉한 술 상하기 쉬워
식당서 잔술 판매 시작 개봉한 술 상하기 쉬워
지난달 28일부터 식당에서 모든 종류의 술을 한 잔씩 팔 수 있는 ‘잔술 판매’가 허용됐다.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기자는 서울 용산구 일대 먹자골목에 방문해 잔술 판매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주점을 운영하는 업주 김모(40대·여)씨는 “잔술 판매가 허용됐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손님들이 잔술을 찾지 않아 딱히 도입할 생각이 없다”며
“더군다나 개봉한 주류는 신선도가 떨어져 관리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잔술 판매 도입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0대·여)씨는 “지금 (잔술 판매에 대해) 처음 들었다”며 “막걸리처럼 잘 상하는 주류를 잔으로 마셔도 괜찮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업주와 소비자 모두 잔술 판매 시행과 관련해 주류 ‘신선도’와 ‘위생’을 염려했다. 잔술로 판매될 소주와 막걸리,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이 있을까?
알코올 도수 낮으면 주류 신선도·맛 변할 수 있어
소주나 막걸리를 잔술로 판매하면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공기와 접촉하는 횟수가 늘면 주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맛이 변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주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낮은 주류는 주의해야 한다.
소주는 주정을 물로 희석해 제조한 술로, 막걸리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아 품질 저하가 크게 발생할 일은 없다.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엄경자 교수는 “소주는 오랜 시간 공기와 접촉하면 알코올이 증발해 도수가 약간 낮아지거나 맛·향이 미세하게 변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는 일반인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막걸리는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고 발효가 진행 중일 때가 있어 공기와 만나면 산화돼 주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엄 교수는 “산화되면 발효가 과도하게 진행되거나 막걸리의 신맛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고급 바에서 위스키를 잔술로 맛볼 수 있는 이유는 병을 여닫는 과정에서 공기 속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주류 내부로 들어가도
높은 알코올 도수로 인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소주도 다른 주종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많이 떨어진 편이라 개봉 이후 품질이 괜찮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막걸리는 다른 주종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아 개봉하면 가급적 빨리 먹는 걸 권장한다”고 말했다.
냄새 나는 식자재와 분리해서 보관해야
만약 식당에 잔술 판매를 도입한 업주라면 개봉 후 주류 변질을 막는 데 힘써야 한다.
먼저 소주는 일반적으로 10~20도 사이에서 보관하는 게 좋다. 냉장 보관을 하면 소주의 맛과 향이 더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막걸리는 발효주이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4~10도 사이에서 보관한다.
생막걸리를 포함한 발효주류는 개봉한 후에 쉽게 변질될 가능성이 커 이른 시일 내 소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엄경자 교수는 “업주는 개봉한 막걸리가 오래됐거나 변질됐다면 과감하게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