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와도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
배 나와도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
KPGA투어에 정찬민이라는 걸출한 프로골퍼가 탄생했다.
아마도 프로 스포츠에서 배 나온 선수가 우승하는 것은 골프가 유일하지 않을까?
운동 특성상 몇 시간 지속적으로 뛰어다니거나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싸움,
멘탈의 안정성을 더 원하고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 정직한 운동이기에 그런 듯하다.
2020년대에 들어와 골프계 가장 흥미로운 선수 중 한명은 물리학도였던 브라이슨 디셈보였다.
체중 증가를 위한 식이요법, 근력운동 그리고 강한 샤프트와 낮은 페이스 각도의 드라이버를 갖고 나와
350야드를 쉽게 치면서 파4의 400야드 코스에서는 원온(one on)을 시도하며 가끔 성공시키기도 했다.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했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올바른 시도가 아님을 증명하듯 골프 채널에서 잘 볼 수 없다.
오히려 다시 체중을 감량하고 스윙을 재정비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2023년도 시즌에는 외소해 보이기도 하는 날씬한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내가 만나본, 그리고 라운드를 해본 남자 프로선수들의 몸은 근육은 우람하지 않으나 잘 다듬진 체격을 갖고 있다.
메이저 시합에서는 한 번의 프로암대회, 캐디와 거리를 맞추는 연습 라운드,
4회의 시합 라운드를 걸어 다녀야 하는데 이것을 견딜 수 있는 지구력과 최적의 근력, 정신력은 필수다.
올해 국내에서는 23번의 KPGA대회가 예정돼 있다. 분명한 사실은 후반 가을에는 체력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년에 40회 가까운 시합을 하는 미국 PGA시합은 어떻겠는가? 체력을 잘 유지하지 않는다면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주말 골퍼가 4일 내내 걸어서 라운드를 한다면 마지막 날 라운드는 다리를 끌며 그로기 상태가 돼 공이 제대로 맞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지구력과 근력이다
정상급 프로선수들의 공을 치는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하다.
국내 최고 프로들도 체격이 매우 크고 배가 출렁일 정도로 살이 찌거나 육체미 선수들과 같은 체격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올해 매경 오픈에 나타난 무명에 가까운 정찬민 선수는 키 188cm, 몸무게 120kg의 체격에 출렁이는 배를 갖고 있었다.
그가 긴장한 표정 없이 보여준 장타와 숏 게임 퍼팅, 벙커 근처에서 공을 높이 띄워 홀 바로 옆에 붙이는 로브샷 등을 보며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된 선수임을 느꼈다.
20대 중반이라서 아직 유연성·지구력·체력에 자신 있다고 하지만,
골프 역사를 보거나 스포츠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로서 생각했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몸으로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몸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방을 많이 줄이고 근육을 만든다면 그의 타고난 좋은 조건에 날개를 달 것이다.
현재 미국 PGA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LPGA에서 뛰었던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야기는 한 결 같이 시즌 후반에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력과 근력, 정신력의 중요성을 절감한다고 모두 이야기한다.
분명한 재목인 정찬민 선수가 미국 PGA에서 활약하려면 꿀렁이는 뱃살로는 힘들 것이다.
근력·지구력·정신력을 더 키워 멋진 프로선수로 오래 기억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