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 갈 때까지만 살고 싶다 신약 절실한 유방암 환자
아이 학교 갈 때까지만 살고 싶다 신약 절실한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알려진 유방암은 ‘걱정 없는 암’, ‘착한 암’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생존율이 높은 건 조기 유방암에 한정된다. 전신 전이가 있는 유방암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4%로 크게 감소한다.
30~50대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소원이 ‘아이가 학교 갈 때까지만이라도 살아 있는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최근 전이성 유방암에도 획기적인 신약이 등장했으나,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환자도 의사도 만족스럽지 못한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어찌 된 일인 걸까?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를 만나 전이성 유방암의 현실과 최신 치료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전이성 유방암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유방암은 전체 암 중 치료 성적이 상당히 좋고, 치료 약제도 가장 많은 암종이다.
그럼에도 일부 환자들에게는 재발, 전이되며 사망에 이르기에 여전히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15%가 HER2 양성 유방암에 속하는데, HER2 양성 유방암은 재발과 전이를 잘 일으키고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워낙 검진이 잘되어 조기암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에 발견했더라도 이 중 20~30%는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된다.
그런데 현재 치료법으로는 환자가 5년 안에 사망하기에 새로운 약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즉,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3% 정도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이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유방암 환자 수가 2만 명이 넘으니 적지 않은 환자가 미충족 수요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미충족 수요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암이 온몸에 다 퍼져 있는 것이다.
평균 5년을 생존하는 게 쉽지 않다.
생존하는 동안도 한 번만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치료제 내성이 생기면 약을 계속 바꿔야 한다.
내성이 생긴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어서 손을 놔야 하는 상황도 있다.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은 환자는 50대다.
가정과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50대에 가정, 사회생활이 어려운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미충족 수요로 인한 그 영향력이 심각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어떻게 치료를 하나?
1차 치료로 도세탁셀+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을 함께 사용하는 3제 요법을 1년 반 정도 진행한다.
이후 내성이 생기면 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이라는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평균적으로 6~10개월 이내에 암이 다시 진행된다.
이외에도 카페시타빈, 라파티닙 등이 있는데 이 약도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기고, 그 이후엔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
최신 신약인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제품명 엔허투)은 국내 허가를 받긴 했으나 아직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실제 환자 사용엔 한계가 있다.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은 기존 치료법과 효과가 얼마나 차이가 나나?
이 약은 차수가 높은, 치료 후반기에 있는 환자들에서 임상 데이터가 매우 좋아서 2상 연구만으로도 승인을 받았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이상 치료 결과를 확인한 ‘DESTINY-Breast03’ 연구를 보면,
기존 표준 치료인 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이 6.8개월인데,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은 28.8개월이 나왔다. 원래 가장 좋은 약은 1차 치료에 쓴다.
1차 치료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18개월인데,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은 그다음 차수인 2차 치료임에도 무진행 생존기간이 더 길게 나타난 거다.
20년 전 ASCO에서 트라스투주맙의 보조요법으로 기립박수가 나온 적이 있다.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은 그 이후 20년 만에 HER2 양성 유방암에서 나온 획기적인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