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물학자의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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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느끼는 감성과 해석의 폭과 깊이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내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로 시작하는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산수도>를 읽으면 음지식물이 떠오른다.

쉽게 말해서 음지식물은 햇빛이 덜 드는 그늘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식물은 빛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광합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식물들은 그늘에서 벗어나려 한다.

예컨대 다른 식물이 빛을 가리면 그 식물보다 위로 가려고 길이 성장을 열심히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식물들은 햇빛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음지회피라고 한다.

시구절에 나오는 이끼 말고도 음지식물 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 많다.

산나물과 약초 대부분이 음지식물이다.

고사리는 양치식물의 일원이고, 취나물(국화과)과의 명이나물(백합과)은 각각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에 속한다.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인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음지식물이다. 식물의 분류와 관련된 용어가 나온 김에 식물의 분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육상식물은 관다발의 유무와 씨(종자) 형성 여부, 씨방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관다발이란, 식물 전체에 퍼져있는 일종의 배관인데, 양분 통로인 체관과 물 통로인 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초로 육상생활에 적응한 것으로 추정하는 이끼류(선태식물)는 관다발이 없는 비관다발 식물이다.

이들은 잎과 줄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뿌리도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헛뿌리라고 부른다.

이끼류를 제외한 모든 식물은 관다발을 가지고 있다.

관다발 식물은 씨를 만드는 종자식물과 그렇지 않은 비종자 식물로 나눈다.

비종자 식물은 석송류와 양치식물로, 그리고 종자식물은 겉씨식물(씨방이 없어 씨가 노출)과 속씨식물(씨가 씨방에 싸여 있음)로 다시 나뉜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겉씨식물이다.

오늘날 가장 번성한 식물 집단인 속씨식물은 떡잎 수에 따라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씨가 싹틀 때 나오는 잎이 한 장이면 외떡잎식물이고, 두 장이면 쌍떡잎식물이다.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은 꽃잎의 수와 뿌리의 모양도 다르다.

꽃잎의 수가 쌍떡잎식물의 경우에는 4 또는 5의 배수이고, 외떡잎식물에서는 3의 배수이거나 꽃잎이 없기도 하다.

쌍떡잎식물의 뿌리는 굵은 원뿌리에 가는 곁뿌리들이 붙어 있다.

반면, 외떡잎식물 뿌리는 수염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말 그대로 긴 수염이 여러 가닥 나 있는 모양새다.

흔히 볼 수 있는 예를 몇 개 들면, 벼, 보리, 옥수수, 백합은 외떡잎식물이고, 두릅나무, 무궁화, 국화, 장미, 콩은 쌍떡잎식물이다.

보통 음지식물의 잎은 넓고 얇으며, 그 수가 비교적 적다.

제한된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전략이라 하겠다.

요컨대, 울창한 숲속까지 도달하는 빛의 세기는 탁 트인 초원이 받는 빛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도 음지식물이 꿋꿋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보상점이 낮기 때문이다.

보상점이란, 식물의 광합성량과 호흡량이 같아지는 빛의 세기를 말하는데, 식물이 생장하기 위해서는 이것 이상의 강한 빛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음지식물은 부족함을 탓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작지만 가진 것에 맞추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셈이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며 이른바 소확행을 즐기는 듯 보이다가, 바로 이것이 산나물과 약초가 지닌 은은하고 건강을 주는 맛과 효능의 비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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