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고 췌장은 요절한다
인생은 길고 췌장은 요절한다
췌장은 후복막에 위치한 장기다.
인체의 중요한 장기일수록 몸 뒤쪽에 있거나 단단한 뼈로 보호받는다.
췌장은 위와 장간막으로 보호되는 후복막에 있어 중요한 일을 맡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해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
췌장 질량의 99%는 소화액 분비에 배정되어 있고 나머지 1%는 다른 일을 한다.
작은 질량이지만 나머지 99% 와 동등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바로 우리 몸의 혈당 조절이다.
췌장 내부에는 랑게르한스섬이라는 조직이 있다.
세포 구조가 섬과 비슷해 독일의 랑게르한스가 붙인 이름이다.
여기서 왜 섬처럼 생겼다는 사실이 발견자 이름을 붙일 정도로 특별한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발견 당시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대생이었던 랑게르한스가 현미경으로 섬 구조를 발견한 것은 1869년으로, 인슐린 발견인 1910년보다 앞선다.
보통 세포는 벽의 형태로 이어진다. 피부, 소화관, 혈관, 근육 모두 벽을 쌓으면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소화액을 분비하기 위해 세포는 일렬로 늘어서서 한쪽 방향으로 분비해야 한다.
땀샘이나 눈물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췌장의 일부 세포는 섬처럼 고립된 덩어리 모양이었다.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지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훗날 미세 혈관을 통해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임이 밝혀졌다.
췌장 질량의 1%인 랑게르한스섬은 한 사람당 백만 개쯤 존재하고 다섯 종류의 세포가 뭉쳐 있다.
그중 알파 세포는 20%를 차지하고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베타 세포는 70%를 차지하고 인슐린을 분비한다.
랑게르한스섬의 90%는 혈당을 조절하는 세포다. 글루카곤은 간에 쌓인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서 혈액으로 분비하도록 한다.
한 마디로 당을 높인다.
또한 글루카곤은 공복시에 당류-코르티코이드와 함께 지방을 분해하고 케톤체를 형성해서 세포 호흡의 에너지원을 만든다.
한 마디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쓴다. 반대로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글루카곤과 반대로 혈중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서 간과 세포에 넣는다.
한 마디로 당을 낮춘다. 인슐린은 세포막의 수용체와 결합해서 근육, 지방 조직의 당 이용을 늘린다.
한 마디로 당을 에너지로 쓴다. 둘은 정반대의 일을 하면서 혈당을 정상 범주로 유지한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중 글루카곤은 지방을 분해하고 인슐린은 탄수화물(당)을 분해한다.
혈액 내 당분은 뇌와 적혈구의 에너지가 되므로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고혈당과 저혈당은 모두 좋지 않다.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저혈당이 더 나쁘다.
저혈당은 뇌에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며 심하면 의식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저혈당은 몸에서 위험 신호를 보낸다. 우리가 “당이 떨어진다”라고 표현할 때처럼 어지럽고 손발이 떨린다.
또 저혈당으로 의식이 저하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영구히 뇌손상이 남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은 종류가 많다. 글루카곤, 스테로이드, 카테콜라민, 성장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등은 전부 혈당을 올린다.
반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뿐이다. 치명적인 저혈당을 막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