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생존율 10% 겨우 넘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췌장암 생존율 10% 겨우 넘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췌장암은 악명 높은 암이다. 생존율이 10대 암 중 가장 낮다.
2020년 국가암통계에서도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15.2%로 전체 암 생존율 71.5%의 5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0년 전에는 5년 생존율이 8% 밖에 되지 않았다.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배우 김영애 씨, 2002년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최근 유명을 달리한 배우 변희봉 씨 등 췌장암으로 쓰러진 유명인들도 많다. 췌장암, 왜 이렇게 극복이 어려운 것일까?
일반 검진으로 발견 어려워, 대부분 3~4기에 발견
췌장은 위 뒤쪽,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다. 길이가 약 15㎝ 되는 가늘고 긴 장기다.
십이지장, 담관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머리와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두부), 중간이 몸통(체부),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미부)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2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췌장액을 분비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에서 음식과 섞이면서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이태윤 교수는 “위암이나 대장암은 1~2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지만,
췌장암은 장기의 위치 때문에 대부분 3~4기에 발견된다”며 “일반 종합검진에서 하는 복부 내시경이나 초음파로는 확인이 어렵고,
특히 췌장의 몸통과 꼬리 부분은 위장의 공기로 관찰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으며 혈액검사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전·환경 영향 커… 가족력 있으면 발생률 18배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 중에서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70~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18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적 요인은 식습관, 흡연, 만성 췌장염, 나이, 음주 등이 꼽힌다.
육류나 기름기 많은 식습관의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을 2배 정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 역시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다. 흡연자는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3배 정도 높다.
만성 췌장염의 경우 약 15배까지 췌장암 위험이 올라간다.
남녀 비율은 1.5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고,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인구 1000명 당 1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서 복통과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통증은 명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복부 어느 쪽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날 때는 이미 췌장 주위로 암이 침윤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통증이 없는 경우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췌장 머리 쪽에 발생한 경우에는 약 80%에서 황달 증상을 보인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막혀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암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시간이 꽤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종양이 자라면서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췌액과 담즙)의 통로를 막아 지방 소화에도 문제가 생긴다.
또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하기도 하고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이 췌장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췌장암에 의해 이차적으로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