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받는데 HIV 감염 사실 왜 알려야 하느냐고요?
정신과 진료받는데 HIV 감염 사실 왜 알려야 하느냐고요?
엎드려서 스마트폰 게임하면 건조증 말고 눈에 이 질환이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에이즈와 함께 죽음과 두려움, 불치병 등을 떠올리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빠른 속도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HIV감염증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그럼에도 HIV 감염인이 유독 일반인보다 약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정신건강이다.
HIV 감염인은 일반인보다 약 6배 우울감을 자주 경험하고, 자살생각은 약 16배 많이 한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HIV 감염인의 정신건강은 예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중요하다고 하나,
정작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HIV 감염 사실을 알리는 일도 꺼린다.
HIV 감염인은 우울증 진료를 받을 때조차 자신의 병을 알려야 하는 걸까?
국내에서 가장 많은 HIV 감염인을 치료하는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진범식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교수와 함께 HIV에 대해 알아보자.
국립중앙의료원의 HIV 감염 치료와 환자 정신건강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나?
진범식 교수 : 현재 약 2000명의 감염인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 내원하면 질병정보와 치료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질병의 진행상태와 상황에 맞춰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소희 교수 : 상담사업을 감염내과에서 진행하고 있다.
감염인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치료를 잘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의료원을 방문한 감염인의 90% 이상이 어떠한 형태로든 상담 서비스를 받는다.
진료일을 넘겼는데 내원하지 않은 환자가 있다면, 담당간호사가 연락해서 원인을 파악하는 등 예약 미준수 감염인 관리도 한다.
별도의 정신과 진료가 필요할 정도면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해 외래진료 혹은 입원 시 협진을 한다.
HIV감염증이 이젠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만성질환으로 바뀐 계기는?
진범식 : 처음 HIV감염증이 발견됐을 때는 진단받고 수개월에서 1년 내에 거의 10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급성 질환이었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많이 보급되면서 현재는 조기 진단 후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비감염인과의 수명 차이가 크지 않다.
현재는 치료제만 잘 복용하면,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거의 비슷한 건강 상태를 유지한다.
물론 약제 복용을 중단하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기회감염, 기회암(HIV 감염증 등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심각한 감염 또는 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꾸준히 약제를 복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이다.
처음 병원을 방문하면 어떤 진료를 받게 되나?
진범식 : 치료 시작 전 기저 신기능 검사 등 의학적 고려사항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현재 사용하는 치료제들은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 대부분 내원 당일 바로 치료를 시작한다.
다만 치료에 앞서 감염인이 치료제 복용 필요성을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감염 사실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엔 약제 처방을 서두르기보단 먼저 정서적 지지를 통해 안정을 찾도록 돕는다.
불안감을 느끼는 초기 감염인이 알아야 할 게 있을까?
진범식 : 감염인 대부분이 처음 확진을 받게 되면 불안과 우울감을 많이 호소한다.